소소한 이야기

무엇이 이들을 자라게 하는가?......

연두빛나무 2013. 2. 21. 17:13

우리집 화분들

 

 

아마 집에 화분없는 집은 없을것 같다.

아파트 생활을 많이 하는 요즘 사람들....아마 푸르름을 가지고 싶지 않았을까.

나 또한 그 푸르름을 집안에 옮겨놓고 싶어 열심히 사 날랐더랬다.

주워온것도 있고...분양받은 것도 있고...선물 받은 것도 있고.

 

한때는 저 화분안에 갇혀 있는 그 아이들이 불쌍키도 했다.

나 좋다고 저런짓을 ......이런 생각도.

 

죽어나가는 것도 많았고

죽게 생긴것 살려보겠다고 가지고 온 적도 있었다.

 

그렇게 전혀 전문적이지 않고 그럭저럭 남들 하는 만큼 하다가

우연히 느끼게 된 점이 있다.

 

이들을 잘 자라게 한는 건

아주 적당한 관....심....이라는 것이다.

 

무관심한듯한 관심..모르는 것 같지만 항상 언제쯤이라고 알고 있는 관심.

 

식물마다 가져야 하는 관심의 정도는 조금씩 다르지만

보통은 지나친 관심이나 무관심만이 이들을 제대로 자라지 못하게 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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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육이들이다.

 

이 아이들은 무관심이 바로 사랑이다.

두달에 한번 물주는 것만으로도 제 앞길을 헤쳐나간다.

 

아래 화분은 물을 열흘에 한번 꼴로 주었더니 물러 없어져 버리더라.

그 후 방치한게 저리 살아나니......

아주 수줍음이 많은 아이들이다.

 

다른집에서 1cm도 안되는 새끼친 걸 가져온것.

 

 

 

 

 

 

아들이 저 저번 생일 선물로 사 준것.

 

 

 

 

 

몇해전 꽃과 잎이 너무 탐스러워 얻어왔던 찬구.

앞 베란다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친구다.

추운 겨울엔 열흘에 한번 물 주는 것 외엔 쳐다보지도 않다가

이리 봄을 먼저 알리느라 꽃 봉우리를 맺을 땐 신기한 듯 쳐다보게 된다.

그 옆 부추같이 생긴 건 수선화인데 이 아이도 곧 올라 올 것이다.

 

 

 

 

신랑 친구가 일본 가면서 주고간 화분.

잘 키우겠다 다짐했지만 2년전 쯤 다 죽게 생겨 모두 잘라내고

그저 일주일에 물 한번씩 주고 창가에 놓아둔 이 아이

일 주일에 물 한번 준 관심뿐이었는데 이리 잘 자란다.

 

 

 

 

 

어머님이 몇년전에 분양해준 아이

내 손바닥 만했는데 이리 잘 컸다.

그저 해 준 거라곤 화분 흙이 비득비득 말라있을때 물을 준 것 뿐...

 

 

 

 

내가 너무 갖고 싶어해서 동생이 5년전 선물해 준 벤자민.

동생은 자기건 벌써 죽었다 하지만 우리아이는 아직 잘 있다.

이름도 모르는 벌레들 땜시 꽤 고생했더랬다.

나의 처방전은 일년에 한두번씩 삭발해 주는 것이었다.

5년이 넘도록 잘 살고 있다.

 

 

 

 

 

삐적 말라 아무것도 없는것 같은 벌거숭이 쟈스민.

아는 집 엄마가 죽어가가는 걸 주워 해결 못해 우리집으로 온 아이다.

 

겨울에 베란다에서 잎 떨어뜨리고 있는 저 모습이 가여워 거실에 들여놓은 해가 있었다.

그리하니 꽃도 빨리 피우고 겨우내내 푸른 잎을 달고 있었지만

왠지 난 이 아이의 휴식 시간을 뺏는 느낌이 들었다.

일 년에 한번쯤은 다 내려 놓고 쉬고 싶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베란다에 내다 놓았다.

 

올해도 어김없이 새 잎을 내 놓고 꽃을 피우리라...조심히 기대해 본다.

 

 

 

 

 

화분을 키우면서(?) 사실 키운다고 말하기도 민망하지만

왜 나는 나와 우리 아이들의 관계가 자꾸 생각나는지 모르겠다.

 

화분처럼 그 아이가 필요한 관심만큼만 보여주는게 최고의 부모가 아닐까 싶다.

 

그걸 아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아니 아직도 진행형이지만

첫 아이때 많은 관심이 최고라 생각하고 많은 실험에 들들 볶였을 우리딸이

예전보다 나를 편하게 대하고 나도 딸을 편하게 대하게 된 건....

바로 많은 관심도 아니고 무관심도 아닌 서로 적응하며 가진 적당한 관계에 있는 것 같다.

 

아직 나와 적응 못한 화분들도 있지만

이렇듯 그냥 이루어 지는 것은 없으니 

앞으로도 무관심한 듯한 관심으로 지켜 볼 것이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