무엇이 이들을 자라게 하는가?......
우리집 화분들
아마 집에 화분없는 집은 없을것 같다.
아파트 생활을 많이 하는 요즘 사람들....아마 푸르름을 가지고 싶지 않았을까.
나 또한 그 푸르름을 집안에 옮겨놓고 싶어 열심히 사 날랐더랬다.
주워온것도 있고...분양받은 것도 있고...선물 받은 것도 있고.
한때는 저 화분안에 갇혀 있는 그 아이들이 불쌍키도 했다.
나 좋다고 저런짓을 ......이런 생각도.
죽어나가는 것도 많았고
죽게 생긴것 살려보겠다고 가지고 온 적도 있었다.
그렇게 전혀 전문적이지 않고 그럭저럭 남들 하는 만큼 하다가
우연히 느끼게 된 점이 있다.
이들을 잘 자라게 한는 건
아주 적당한 관....심....이라는 것이다.
무관심한듯한 관심..모르는 것 같지만 항상 언제쯤이라고 알고 있는 관심.
식물마다 가져야 하는 관심의 정도는 조금씩 다르지만
보통은 지나친 관심이나 무관심만이 이들을 제대로 자라지 못하게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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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육이들이다.
이 아이들은 무관심이 바로 사랑이다.
두달에 한번 물주는 것만으로도 제 앞길을 헤쳐나간다.
아래 화분은 물을 열흘에 한번 꼴로 주었더니 물러 없어져 버리더라.
그 후 방치한게 저리 살아나니......
아주 수줍음이 많은 아이들이다.
다른집에서 1cm도 안되는 새끼친 걸 가져온것.
아들이 저 저번 생일 선물로 사 준것.
몇해전 꽃과 잎이 너무 탐스러워 얻어왔던 찬구.
앞 베란다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친구다.
추운 겨울엔 열흘에 한번 물 주는 것 외엔 쳐다보지도 않다가
이리 봄을 먼저 알리느라 꽃 봉우리를 맺을 땐 신기한 듯 쳐다보게 된다.
그 옆 부추같이 생긴 건 수선화인데 이 아이도 곧 올라 올 것이다.
신랑 친구가 일본 가면서 주고간 화분.
잘 키우겠다 다짐했지만 2년전 쯤 다 죽게 생겨 모두 잘라내고
그저 일주일에 물 한번씩 주고 창가에 놓아둔 이 아이
일 주일에 물 한번 준 관심뿐이었는데 이리 잘 자란다.
어머님이 몇년전에 분양해준 아이
내 손바닥 만했는데 이리 잘 컸다.
그저 해 준 거라곤 화분 흙이 비득비득 말라있을때 물을 준 것 뿐...
내가 너무 갖고 싶어해서 동생이 5년전 선물해 준 벤자민.
동생은 자기건 벌써 죽었다 하지만 우리아이는 아직 잘 있다.
이름도 모르는 벌레들 땜시 꽤 고생했더랬다.
나의 처방전은 일년에 한두번씩 삭발해 주는 것이었다.
5년이 넘도록 잘 살고 있다.
삐적 말라 아무것도 없는것 같은 벌거숭이 쟈스민.
아는 집 엄마가 죽어가가는 걸 주워 해결 못해 우리집으로 온 아이다.
겨울에 베란다에서 잎 떨어뜨리고 있는 저 모습이 가여워 거실에 들여놓은 해가 있었다.
그리하니 꽃도 빨리 피우고 겨우내내 푸른 잎을 달고 있었지만
왠지 난 이 아이의 휴식 시간을 뺏는 느낌이 들었다.
일 년에 한번쯤은 다 내려 놓고 쉬고 싶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베란다에 내다 놓았다.
올해도 어김없이 새 잎을 내 놓고 꽃을 피우리라...조심히 기대해 본다.
화분을 키우면서(?) 사실 키운다고 말하기도 민망하지만
왜 나는 나와 우리 아이들의 관계가 자꾸 생각나는지 모르겠다.
화분처럼 그 아이가 필요한 관심만큼만 보여주는게 최고의 부모가 아닐까 싶다.
그걸 아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아니 아직도 진행형이지만
첫 아이때 많은 관심이 최고라 생각하고 많은 실험에 들들 볶였을 우리딸이
예전보다 나를 편하게 대하고 나도 딸을 편하게 대하게 된 건....
바로 많은 관심도 아니고 무관심도 아닌 서로 적응하며 가진 적당한 관계에 있는 것 같다.
아직 나와 적응 못한 화분들도 있지만
이렇듯 그냥 이루어 지는 것은 없으니
앞으로도 무관심한 듯한 관심으로 지켜 볼 것이다.